농부의 이름으로 가치를 전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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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외갓집 김순일 실장

농부의 이름으로
가치를 전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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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무릉외갓집이 자리한 무릉2리는 어떤 특징을 가진 마을인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무릉2리는 제주도 서남쪽 대정읍, 해발 고도 200미터 중산간에 있는 마을이에요. 전체 인구는 550명 정도 되는데, 90% 정도가 농업에 종사하는 제주도의 가장 대표적인 농촌 마을이에요.
가장 유명한 작물은 마늘이고요. 콜라비, 브로콜리 비트, 양배추, 무, 쪽파 같은 다양한 채소들을 출하하는 우리나라의 월동 채소 주산지 마을입니다.



Q. 무릉외갓집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려요.

무릉외갓집은 2009년 12월부터 운영을 시작해 올해로 16년째, 제주 농산물 정기 배송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마을의 농산물을 농협이나 상인에게 넘기는 방식이 아쉽게 느껴졌어요. 소비자들도 어디서, 누가 생산한 농산물인지 알지 못한 채 먹는 경우가 많았고요.
그래서 ‘우리 마을 이름으로, 생산자의 얼굴이 보이는 농산물을 판매해보자’는 고민 끝에 농산물 꾸러미 정기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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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른 유통 방식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이 지역의 농산물은 워낙 품질이 좋아서 무릉외갓집이 아니어도 유통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차별화하고 있어요.
첫째, 생산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보장한다는 점입니다. 보통 농협보다 약 10% 높은 가격으로 매입하고, 대신 생산자들은 좋은 농산물을 제공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둡니다. 이렇게 생산자들이 제값을 받고 판매할 수 있는 안정적인 루트를 마련한 것이죠.
두 번째는, 농산물을 마을 이름과 생산자의 이름으로 판매한다는 점이에요.



Q. 농산물을 생산자의 이름으로 판매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꾸러미에 농산물을 담을 때마다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 어떻게 조리하면 좋은지 안내하는 레터를 함께 넣어요. 이 과정에서 생산자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또 마을의 이름으로 농산물을 판매하는 자부심을 갖게 되는 거죠.
소비자들은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정성과 가치가 담긴 농산물’임을 느끼게 되고, 생산자들에게도 가치를 알아주는 소비자의 마음이 전해지니까 굉장히 행복한 일이 되어 가는 거죠. 이런 활동을 꾸준히 지속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는 관계가 만들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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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무릉외갓집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희의 핵심 가치는 '정성·정직·정품'이에요. 이 세 가지는 무릉외갓집 운영의 근간이고, 회사 문을 닫더라도 절대 놓지 말자는 다짐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꾸준히 지켜오다 보니 고객분들도 자연스럽게 이 가치를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가 가장 전달하고 싶은 것도 ‘가치value’거든요.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 속에 담긴 생산자의 땀과 정성, 농산물의 가치를 함께 전하는 것이죠.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느끼고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Q. 소비자와의 관계 속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2009년 꾸러미 서비스를 시작한 첫 해부터 지금까지 구독을 이어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또 배송을 받을 때마다 정성스레 피드백을 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이런 순간마다, 단순히 돈을 내고 물건을 사는 고객이 아니라, 저희의 정성과 정체성을 함께 구매하는 분들이라는 걸 깊이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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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폐교를 활용한 공간이 인상적이에요.

원래는 70평 정도 되는 창고 건물에 있으면서 판매장, 체험장, 사무실을 함께 운영했어요. 그런데 체험을 진행하고 있을 때, 지나가던 올레꾼들이 들어와 겹치는 경우도 있고, 단체 손님이 오면 개인 고객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어요. 한 공간에서 모든 걸 해결하기가 점점 힘들어진 거죠.
그 즈음 기존에 이 학교 공간을 운영하시던 분이 문을 닫게 되었고, 마을 이장님이 교육청에 폐교를 마을 소득사업 공간으로 쓰겠다고 제안하셨어요. 승인이 나면서 이곳으로 옮겨오게 됐죠.



Q. 기존 건물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공간을 구성했다고요.

맞아요.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이곳은 평소 강의장으로도 쓰이는데요, 원래는 소를 키우던 외양간이었어요. 새로 건물을 짓기보다는 기존 구조를 최대한 살려 썼어요. 완전히 허물고 다시 짓는 것보다 기존 건물을 살리는 게 비용도 절약되고 환경 부담도 줄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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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간을 구성하면서 어떤 점을 고려했나요?

이전 공간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경험이 있어서, 이곳은 처음부터 목적에 따라 두 개의 공간을 나눠 운영했어요. 카페 공간을 만들어 자유롭게 방문이 가능하도록 했고, 체험 공간을 분리해서 각각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Q. 주요 체험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무릉외갓집의 체험은 무릉2리에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게 기본이에요.
마을의 대표 자원으로는 우선 제철 농산물이 있죠. 제주 제철 농산물로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 예를 들어 감귤을 따고, 그 귤로 잼이나 청, 아이스크림, 쿠키, 피클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또 무릉곶자왈에서 진행하는 사운드워킹은 제주의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이에요. 조용한 숲을 걸으면서 곶자왈의 소리를 듣고, 그 안에서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 거죠. 우리가 보호해야 할 자연에 대해서 생각해보면서요.
이런 식으로 마을의 자원을 단순히 보여주는 게 아니라, 고객과 공유하고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어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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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을 주민들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나요?

꾸러미 서비스는 직원들이 기획을 하지만, 실제 포장 작업은 마을 주민들이 함께해요. 어르신들이 나란히 줄을 서서 함께 포장해 주시는 거예요. 또 체험장과 카페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모두 마을 주민이에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운영이 더 지역 친화적으로 돌아가게 돼요.



Q. 최근에는 ‘잔칫상’도 준비하신다고요?

네, 이곳에서 식사까지 해결하실 수 있게 한 프로그램이에요. 체험이나 수업이 점심 전후에 진행되다 보니, “근처에 식사할 데가 있나요?” 하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주변 식당이 많지 않아서 아예 저희가 식사까지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획하게 됐어요. 과거에 식당을 운영하셨던 부녀회 형수님이 “내가 한번 준비해 볼게” 하셔서 테스트를 시작하게 됐어요.
정성껏 차려낸 음식이 눈에 보이고, 마을 분들이 직접 나와서 인사하고 설명해 주시니까, 고객분들의 만족도가 정말 높았어요. 그 자체가 또 하나의 특별한 지역 체험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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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을 주민들이 직접 진행하는 체험은 여행자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최근 대만 관광객들이 잼 만들기 체험을 하러 많이 오세요. 중국어로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찾아보니, 마을 형수님 중에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신 분이 계시더라고요. 부탁드렸더니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하셨지만, 지금은 3개월 동안 40회차 정도 진행하시면서 정말 재미있게 하고 계세요.
일반 가이드가 단순히 통역을 하는 게 아니라, 마을 주민이 직접 진행하고 교류를 하게 되니, 여행객들의 만족도도 높아지더라고요.



Q. 마을 주민들의 참여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비용이 지급되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죠. 가장 중요한 건 지속 가능성인데, 지속 가능한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인건비이고요.
전국에 마을기업이 약 1,700개 정도 있는데, 인건비를 자립적으로 충당하는 곳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무릉외갓집은 판매 수익만으로도 매월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어요. 외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운영을 이어갈 수 있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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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무릉외갓집이 지향하는 모습은 무엇인가요?

저희 대표님이 ‘무릉외갓집은 100년 가는 마을기업이 될 거예요’라고 말씀을 하세요. 저희는 대표가 조합원들에 의해 선출되는 3년 임기제거든요. 그런 대표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지속 가능한 마을기업이 되어서, 내 손주가, 젊은이들이 이 마을에서 먹고 살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되고 발판이 되는 게 중요한 거죠.
마을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고, 지역 안에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베이스를 마련하는 것. 그게 곧 저와 우리 조합원들 모두가 바라는 무릉외갓집의 모습이에요.



Q. 마지막으로, 무릉외갓집을 방문하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무릉외갓집이 마을 자원의 가치를 어떻게 담아내는지, 그리고 그 가치를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소비자가 어떻게 느끼게 되는지를 직접 경험해 보셨으면 해요. 이건 농산물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거든요. 가공품이든 서비스든, 그 안에 가치를 담아 소비자에게 전하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잖아요.
공동체가 어떻게 협력해서 가치를 만들어내고, 또 그것을 전달하는지를 경험하고 가신다면, 그게 가장 큰 배움이자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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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무릉외갓집의 ESG 전략



Environmental |
환경적인 측면에서 어떤 노력을 하나요?

꾸러미 포장에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려는 노력, 그리고 자연과 교감하며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곶자왈 사운드워킹 체험을 운영합니다.



Social |
지역사회와의 소통은 어떻게 실천하나요?

합리적인 가격으로 농산물을 매입해 생산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도록 하고, 소비자에게는 농부의 정성과 가치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을 가장 큰 사회적 책임으로 삼고 있어요.



Governance |
기업 혹은 조직 내부적인 운영 원칙은 무엇인가요?

‘정성·정직·정품’의 가치를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며, 소비자 피드백을 공유해 생산자 스스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도록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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