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체왓숲길 대표 ⎯ 고철희 로컬
마을과 함께 머체왓숲길을 지켜요
자연 그대로의 길을 지키며
4월, 이달의 제철 식재료는 고사리예요. 제주 한남리 토박이이자, 머체왓숲길 대표인 고철희 로컬님이 떠올랐어요. 골프장이 될 뻔한 땅을 마을 사람들과 지켜내고 숲길로 가꾸기까지, 그리고 고사리 꺾는 법 꿀팁까지. 숲과 고사리 이야기를 함께 듣고 왔어요.
인터뷰를 가는 날, 고사리 장마가 한창이었어요. 촉촉이 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해서 머체왓으로 가는 길은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 안개 낀 초록의 머체왓숲길 풍경 속을 천천히 걸어 들어갔어요. “맑은 날에는 한라산 자락과 오름 군락이 펼쳐지는 곳이에요.” 고철희 로컬님이 따뜻한 귤효소차를 내어주며 말해주셨죠. 머체왓숲길 지킴이로 13년째 이 숲을 가꾸고 있는 그에게서 마을과 숲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머체왓숲길 지킴이'입니다
로컬님 소개를 부탁드려요.
머체왓숲길 지킴이, 고철희입니다. 머체왓숲길영농조합법인 대표이기도 해요. 관리, 보수, 안내 등 머체왓숲길의 모든 걸 관리하는 총책임자에요. 실장님과 함께 머체왓숲길을 지키고 있어요.
한남리에서 나고 자라셨다고 들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이 숲 근처에서 보낸 기억이 있으시면 들려주세요.
토박이죠. 여기 한남리에서 태어났고, 군대하고 직장생활로 10여 년 육지에 좀 돌아다니다가 다시 내려와서 계속 여기에서 지내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혼자 계곡을 쏘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친구들하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혼자서 많이 다녔지.
계곡이라는 게 신기하거든. 우리가 살면서 흔히 보지 못한 것들이 계곡에는 많이 있어요. 바위 틈에 동굴처럼 생긴 곳도 있고, 하천에 있는 나무는 일반 나무하고 또 모양이 다 다르고. 그렇게 나무 이름도 외우고, 혼자 계곡 탐험하면서 다니면서 놀던 곳이죠.
골프장으로 팔릴 뻔한 이곳을 머체왓숲길로 조성하셨다고요.
오래전 얘기죠. 90년대 후반에 한 대기업이 남원관광지구를 개발하면서, 여기 50만 평 땅을 골프장으로 만들겠다고 했어요.
여기가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라, 빗물이 전부 땅속으로 들어가서 마을 지하수가 되고, 그 물을 마을 주민들이 쓰거든. 근데 골프장이 들어오고 거기에 농약을 치면, 그게 다 파괴돼버리는 거예요. 그때 마을 주민들과 같이 머리띠 두르고 집회하면서 결국 막아냈어요.
그렇게 막긴 했는데 그 후로도 이 땅에 이것저것 하겠다고 들어오려는 데가 많아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죠. 내가 이장이 됐을 때,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숲길을 만들어버리면 다른 건 못 들어올 테니까, 우리가 먼저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입소문으로 퍼지는 머체왓숲길
2012년에 머체왓숲길을 처음 조성하셨죠.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거예요?
2011년부터 2년간 이장을 맡게 됐는데, 그즈음에 제주 올레길이 활성화되고 있었어요. ‘올레길에 오는 사람들은 뭘 보러 그렇게 많이 올까’ 궁금해서 쫓아다니며 알아봤더니, 특별한 뭔가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좋다는 거예요. 그냥 자연에서 걷는 그 자체가 좋다고 해.
그런데 올레꾼들이 불편한 건 딱 하나, 여름철 햇빛이래요. 그 얘기를 듣고, ‘우리 마을은 숲이 많은데, 여름에 올 수 있는 걸 만들면 되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이 숲 안에 들어가면 그늘이 지고 여름에도 시원하거든. 그래서 행안부 친환경 녹색공간 조성사업에 신청을 해서 선정이 됐고, 머체왓숲길 조성을 하기 시작했죠.
트레킹 할 수 있는 길을 만들 때,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자연 그대로를 따라가면서도 한 가지로만 이어지면 재미가 없어요. 곶자왈 숲길이 좋긴 좋아도, 10분, 20분, 계속 같은 풍경만 나오면 지루해져요. 근데 여기는 목장도 있고, 편백숲도 있고, 넓은 들판도 있고 다양하게 있거든.
그래서 옛날 길 그대로 두지 않고, 여기 한 번 꺾고 저기 한 번 들어가게 코스를 다시 짰어요. 그래서 왔다간 사람들은 “제주도 숲을 전부 다 합쳐 놓은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처음에는 사람이 안 와서 힘들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그 시기를 지나오셨어요?
처음 2~3년은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힘들었죠. ‘괜히 해놓고 욕만 먹는다’는 소리도 듣고. 그래도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하면서 버틴 거죠. 일본에 가서 건강 트레킹이나 족욕도 배워오고, 육지에서도 한다는 데는 다 다녀온 다음에 머체왓숲길에 적용했어요.
그러다 결정적인 시기가 코로나 때였어요. 그때 개방된 곳, 자연을 많이 찾아왔잖아요. 제주도 오름이라든지 숲길이라든지. 그 시기에 머체왓숲길이 소문이 많이 났어요. 제주도 가면 꼭 가보라고. 그러니까 마스크 끼고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 한 해 20만 명을 넘기기 시작했어요.
산림청에서 주는 ‘아름다운 숲’ 상은 우리가 신청한 게 아니에요. 여기 왔다 간 사람이 너무 좋다고 올려줘서 받게 됐어요. 우리는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선정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알았어요(웃음). ‘한국관광 100선’도 그렇고요. 다녀간 사람들이 좋다고 해서 공모에 올려준 덕분에 받은 상이에요.
Editor's Note
머체왓숲길은 현재 연 30만 명이 찾는다. ‘한국관광 100선’, 산림청 ‘아름다운 숲’ 등 굵직한 상도 여럿 받았다.
숲의 사계절, 봄의 고사리
숲 해설도 직접 하시죠.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해설을 하시나요?
해설은 내가 거의 만들어서 해요. 여기서는 다른 데처럼 나무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게 어려워요. 워낙 종류도 많고 다양하니까. 그래서 4·3 관련된 역사, 옛날부터 내려오던 생활 습관, 건강 관련된 것들을 중점으로 이야기해요.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니까, 오시는 분들께 먼저 물어봐요. 어디서 왔는지, 뭐 하시는 분인지 알면 거기에 맞춰서 해설해요. 그럴 때 만족도가 높더라고요.
로컬님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시는 숲의 계절은 언제인가요?
사계절 내내 자주 오긴 하죠. 그래도 사람들이 제일 많이 오는 가을이 나도 좋아요. 단풍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한라산이 정면으로 탁 트여 있어서 가슴이 트이고 시원한 풍경이죠. 여기에서 보이는 오름군락과 한라산의 모습이 가장 멋지거든.

"70~80년 된 구실잣밤나무예요. 물길에 흙이 자꾸 씻겨 내려가니까, 살아남기 위해 한쪽으로만 뿌리를 뻗었어."

"평소엔 마른 계곡이지만, 비가 한바탕 쏟아지면 사람 키를 넘을 정도로 물이 차올라요. 물이 다 빠지는 데는 3일이 걸려요."
4월에는 한남리에서 ‘한라산청정고사리축제’도 열리잖아요. 이곳에서 고사리는 어떤 존재인가요?
우리 젊었을 때는 어머니들이 많이 꺾으러 다녔죠. 사실 옛날에는 고사리가 먹는 것만이 아니었어요. 고사리 잎이 다 피면 그걸 베어다 말려서 거름으로 썼거든. 잎이 펼쳐진 고사리를 태워서 그 재를, ‘풀재’, ‘초목회’라고 해서 거름으로 썼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먹는 고사리, 파는 고사리가 됐고, 어머니들이 꺾어서 4~5월 생활 수입 중 하나가 됐어요. 80~90대 할머니들이 하루에 많이 꺾을 때는 70근, 50kg 가까이 되는 거예요. 그때 당시 돈으로 하루에 25만 원을 고사리 꺾어서 벌어가는 거예요. 중요한 수입원이었지.
한남리 쪽에 특히 고사리가 많이 자라는 이유가 있나요?
우선 고사리가 잘 자라려면 습기가 많아야 돼요. 한림이나 한경처럼 서쪽에 건조한 지방은 고사리가 자라도 굵지를 못해요.
여기는 비가 많이 오고 땅속 습기가 많으니까 하루만 지나도 쑥쑥 자라요. 오늘 꺾어도 내일 가보면 또 이만큼 나와 있고, 연하고 맛있죠. 남원이 고사리 명산지인 이유예요.
제주 숲을 다 합쳐 놓은 곳
앞으로 머체왓숲길이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시나요?
행정하고 좀 더 밀접한 관계를 가져서 관리 체계를 같이 만들어가야 하는 게 필요해요. 그렇게 해서 다음 세대에게도 숲길을 오래오래 이어갈 수 있게 해야된다고 봐요.
또 마을하고도 같이 가야죠.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한남리’라고 하면 아무도 모르지만, ‘머체왓숲길’이라고 하면 그래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머체왓숲길을 통해 사람들이 오면 마을도 이익이 되고, 마을에서 나는 농산물도 같이 팔 수 있고. 따로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마을과 같이 가는 거예요.
이곳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바퀴 달린 집>을 여기에서 촬영했어요. 캠핑카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프로그램인데, 그걸 보고 찾아오는 분들도 있어요. 나중에는 우리도 캠핑카 하나를 구매해서, 저 나무 밑에 옮겨다 놓고 하룻밤 프라이빗한 숙소로 쓰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야외 예식장도 해보고 싶어요. 어쨌든 이곳을 다양하게 여러 사람이 누리면 좋겠어요.


출처: tvN <바퀴달린 집>
마지막으로, 아직 머체왓숲길에 와보지 않은 분들께 자랑을 해본다면요?
한 가지 얘기할 수 있는 건, 제주도 숲의 다양한 모습을 머체왓숲길 안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거예요. 이곳에 오시거든 숲길 한 바퀴 돌고 족욕까지 하고 가보시길 권합니다. 숲길 돌고 와서 족욕 한 번 하시고는 ‘너무 좋았다’는 반응이 많거든요.
내 입으로 여기가 좋은 곳이라고 홍보하는 것보다도, 실제 다녀간 사람들이 말해주는 게 진짜라고 봐요. 이곳을 다녀간 분들이 너무 좋다고 올려줘서 상도 받게 된 것처럼요. 좋다고 말해주는 건 와본 사람들 몫이지요.
인터뷰를 마치고, 고철희 로컬님을 따라 숲길 초입을 같이 걸었어요. 깊이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머체왓의 대자연이 펼쳐지더라고요. 독특하게 생긴 계곡과 흙 위로 굵게 뻗어 나온 나무 뿌리. 숲에 대해 설명하시는 로컬님의 목소리가 살짝 들뜬 듯 했어요.
자연을 그대로 두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걷고 한라산을 마주할 수 있도록 길만 살짝 내어준 곳. 계절마다, 날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머체왓숲길에서 숲이 주는 평안을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요?
PLACE

머체왓숲길
편백숲, 들판, 계곡까지 한 코스 안에서
제주 숲의 다양한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
한라산 오름군락이 정면에 펼쳐지는
장면에 감동해보기.
📍 서귀포시 남원읍 서성로 755네이버 지도
TRAVEL

한라산 풍경과 함께 편백 족욕
머체왓숲길을 한 바퀴 걷고 난 뒤,
한라산을 마주보며 발을 담그면
피로가 싹 풀리는 시간.
여행 보기
머체왓숲길 대표 ⎯ 고철희 로컬
마을과 함께 머체왓숲길을 지켜요
자연 그대로의 길을 지키며
4월, 이달의 제철 식재료는 고사리예요. 제주 한남리 토박이이자, 머체왓숲길 대표인 고철희 로컬님이 떠올랐어요. 골프장이 될 뻔한 땅을 마을 사람들과 지켜내고 숲길로 가꾸기까지, 그리고 고사리 꺾는 법 꿀팁까지. 숲과 고사리 이야기를 함께 듣고 왔어요.
인터뷰를 가는 날, 고사리 장마가 한창이었어요. 촉촉이 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해서 머체왓으로 가는 길은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 안개 낀 초록의 머체왓숲길 풍경 속을 천천히 걸어 들어갔어요. “맑은 날에는 한라산 자락과 오름 군락이 펼쳐지는 곳이에요.” 고철희 로컬님이 따뜻한 귤효소차를 내어주며 말해주셨죠. 머체왓숲길 지킴이로 13년째 이 숲을 가꾸고 있는 그에게서 마을과 숲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머체왓숲길 지킴이'입니다
로컬님 소개를 부탁드려요.
머체왓숲길 지킴이, 고철희입니다. 머체왓숲길영농조합법인 대표이기도 해요. 관리, 보수, 안내 등 머체왓숲길의 모든 걸 관리하는 총책임자에요. 실장님과 함께 머체왓숲길을 지키고 있어요.
한남리에서 나고 자라셨다고 들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이 숲 근처에서 보낸 기억이 있으시면 들려주세요.
토박이죠. 여기 한남리에서 태어났고, 군대하고 직장생활로 10여 년 육지에 좀 돌아다니다가 다시 내려와서 계속 여기에서 지내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혼자 계곡을 쏘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친구들하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혼자서 많이 다녔지.
계곡이라는 게 신기하거든. 우리가 살면서 흔히 보지 못한 것들이 계곡에는 많이 있어요. 바위 틈에 동굴처럼 생긴 곳도 있고, 하천에 있는 나무는 일반 나무하고 또 모양이 다 다르고. 그렇게 나무 이름도 외우고, 혼자 계곡 탐험하면서 다니면서 놀던 곳이죠.
골프장으로 팔릴 뻔한 이곳을 머체왓숲길로 조성하셨다고요.
오래전 얘기죠. 90년대 후반에 한 대기업이 남원관광지구를 개발하면서, 여기 50만 평 땅을 골프장으로 만들겠다고 했어요.
여기가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라, 빗물이 전부 땅속으로 들어가서 마을 지하수가 되고, 그 물을 마을 주민들이 쓰거든. 근데 골프장이 들어오고 거기에 농약을 치면, 그게 다 파괴돼버리는 거예요. 그때 마을 주민들과 같이 머리띠 두르고 집회하면서 결국 막아냈어요.
그렇게 막긴 했는데 그 후로도 이 땅에 이것저것 하겠다고 들어오려는 데가 많아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죠. 내가 이장이 됐을 때,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숲길을 만들어버리면 다른 건 못 들어올 테니까, 우리가 먼저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입소문으로 퍼지는 머체왓숲길
2012년에 머체왓숲길을 처음 조성하셨죠.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거예요?
2011년부터 2년간 이장을 맡게 됐는데, 그즈음에 제주 올레길이 활성화되고 있었어요. ‘올레길에 오는 사람들은 뭘 보러 그렇게 많이 올까’ 궁금해서 쫓아다니며 알아봤더니, 특별한 뭔가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좋다는 거예요. 그냥 자연에서 걷는 그 자체가 좋다고 해.
그런데 올레꾼들이 불편한 건 딱 하나, 여름철 햇빛이래요. 그 얘기를 듣고, ‘우리 마을은 숲이 많은데, 여름에 올 수 있는 걸 만들면 되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이 숲 안에 들어가면 그늘이 지고 여름에도 시원하거든. 그래서 행안부 친환경 녹색공간 조성사업에 신청을 해서 선정이 됐고, 머체왓숲길 조성을 하기 시작했죠.
트레킹 할 수 있는 길을 만들 때,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자연 그대로를 따라가면서도 한 가지로만 이어지면 재미가 없어요. 곶자왈 숲길이 좋긴 좋아도, 10분, 20분, 계속 같은 풍경만 나오면 지루해져요. 근데 여기는 목장도 있고, 편백숲도 있고, 넓은 들판도 있고 다양하게 있거든.
그래서 옛날 길 그대로 두지 않고, 여기 한 번 꺾고 저기 한 번 들어가게 코스를 다시 짰어요. 그래서 왔다간 사람들은 “제주도 숲을 전부 다 합쳐 놓은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처음에는 사람이 안 와서 힘들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그 시기를 지나오셨어요?
처음 2~3년은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힘들었죠. ‘괜히 해놓고 욕만 먹는다’는 소리도 듣고. 그래도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하면서 버틴 거죠. 일본에 가서 건강 트레킹이나 족욕도 배워오고, 육지에서도 한다는 데는 다 다녀온 다음에 머체왓숲길에 적용했어요.
그러다 결정적인 시기가 코로나 때였어요. 그때 개방된 곳, 자연을 많이 찾아왔잖아요. 제주도 오름이라든지 숲길이라든지. 그 시기에 머체왓숲길이 소문이 많이 났어요. 제주도 가면 꼭 가보라고. 그러니까 마스크 끼고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 한 해 20만 명을 넘기기 시작했어요.
산림청에서 주는 ‘아름다운 숲’ 상은 우리가 신청한 게 아니에요. 여기 왔다 간 사람이 너무 좋다고 올려줘서 받게 됐어요. 우리는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선정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알았어요(웃음). ‘한국관광 100선’도 그렇고요. 다녀간 사람들이 좋다고 해서 공모에 올려준 덕분에 받은 상이에요.
Editor's Note
머체왓숲길은 현재 연 30만 명이 찾는다. ‘한국관광 100선’, 산림청 ‘아름다운 숲’ 등 굵직한 상도 여럿 받았다.
숲의 사계절, 봄의 고사리
숲 해설도 직접 하시죠.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해설을 하시나요?
해설은 내가 거의 만들어서 해요. 여기서는 다른 데처럼 나무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게 어려워요. 워낙 종류도 많고 다양하니까. 그래서 4·3 관련된 역사, 옛날부터 내려오던 생활 습관, 건강 관련된 것들을 중점으로 이야기해요.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니까, 오시는 분들께 먼저 물어봐요. 어디서 왔는지, 뭐 하시는 분인지 알면 거기에 맞춰서 해설해요. 그럴 때 만족도가 높더라고요.
로컬님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시는 숲의 계절은 언제인가요?
사계절 내내 자주 오긴 하죠. 그래도 사람들이 제일 많이 오는 가을이 나도 좋아요. 단풍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한라산이 정면으로 탁 트여 있어서 가슴이 트이고 시원한 풍경이죠. 여기에서 보이는 오름군락과 한라산의 모습이 가장 멋지거든.
"70~80년 된 구실잣밤나무예요. 물길에 흙이 자꾸 씻겨 내려가니까, 살아남기 위해 한쪽으로만 뿌리를 뻗었어."
"평소엔 마른 계곡이지만, 비가 한바탕 쏟아지면 사람 키를 넘을 정도로 물이 차올라요. 물이 다 빠지는 데는 3일이 걸려요."
4월에는 한남리에서 ‘한라산청정고사리축제’도 열리잖아요. 이곳에서 고사리는 어떤 존재인가요?
우리 젊었을 때는 어머니들이 많이 꺾으러 다녔죠. 사실 옛날에는 고사리가 먹는 것만이 아니었어요. 고사리 잎이 다 피면 그걸 베어다 말려서 거름으로 썼거든. 잎이 펼쳐진 고사리를 태워서 그 재를, ‘풀재’, ‘초목회’라고 해서 거름으로 썼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먹는 고사리, 파는 고사리가 됐고, 어머니들이 꺾어서 4~5월 생활 수입 중 하나가 됐어요. 80~90대 할머니들이 하루에 많이 꺾을 때는 70근, 50kg 가까이 되는 거예요. 그때 당시 돈으로 하루에 25만 원을 고사리 꺾어서 벌어가는 거예요. 중요한 수입원이었지.
한남리 쪽에 특히 고사리가 많이 자라는 이유가 있나요?
우선 고사리가 잘 자라려면 습기가 많아야 돼요. 한림이나 한경처럼 서쪽에 건조한 지방은 고사리가 자라도 굵지를 못해요.
여기는 비가 많이 오고 땅속 습기가 많으니까 하루만 지나도 쑥쑥 자라요. 오늘 꺾어도 내일 가보면 또 이만큼 나와 있고, 연하고 맛있죠. 남원이 고사리 명산지인 이유예요.
제주 숲을 다 합쳐 놓은 곳
앞으로 머체왓숲길이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시나요?
행정하고 좀 더 밀접한 관계를 가져서 관리 체계를 같이 만들어가야 하는 게 필요해요. 그렇게 해서 다음 세대에게도 숲길을 오래오래 이어갈 수 있게 해야된다고 봐요.
또 마을하고도 같이 가야죠.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한남리’라고 하면 아무도 모르지만, ‘머체왓숲길’이라고 하면 그래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머체왓숲길을 통해 사람들이 오면 마을도 이익이 되고, 마을에서 나는 농산물도 같이 팔 수 있고. 따로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마을과 같이 가는 거예요.
이곳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바퀴 달린 집>을 여기에서 촬영했어요. 캠핑카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프로그램인데, 그걸 보고 찾아오는 분들도 있어요. 나중에는 우리도 캠핑카 하나를 구매해서, 저 나무 밑에 옮겨다 놓고 하룻밤 프라이빗한 숙소로 쓰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야외 예식장도 해보고 싶어요. 어쨌든 이곳을 다양하게 여러 사람이 누리면 좋겠어요.
출처: tvN <바퀴달린 집>
마지막으로, 아직 머체왓숲길에 와보지 않은 분들께 자랑을 해본다면요?
한 가지 얘기할 수 있는 건, 제주도 숲의 다양한 모습을 머체왓숲길 안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거예요. 이곳에 오시거든 숲길 한 바퀴 돌고 족욕까지 하고 가보시길 권합니다. 숲길 돌고 와서 족욕 한 번 하시고는 ‘너무 좋았다’는 반응이 많거든요.
내 입으로 여기가 좋은 곳이라고 홍보하는 것보다도, 실제 다녀간 사람들이 말해주는 게 진짜라고 봐요. 이곳을 다녀간 분들이 너무 좋다고 올려줘서 상도 받게 된 것처럼요. 좋다고 말해주는 건 와본 사람들 몫이지요.
인터뷰를 마치고, 고철희 로컬님을 따라 숲길 초입을 같이 걸었어요. 깊이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머체왓의 대자연이 펼쳐지더라고요. 독특하게 생긴 계곡과 흙 위로 굵게 뻗어 나온 나무 뿌리. 숲에 대해 설명하시는 로컬님의 목소리가 살짝 들뜬 듯 했어요.
자연을 그대로 두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걷고 한라산을 마주할 수 있도록 길만 살짝 내어준 곳. 계절마다, 날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머체왓숲길에서 숲이 주는 평안을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요?
PLACE
머체왓숲길
📍 서귀포시 남원읍 서성로 755편백숲, 들판, 계곡까지 한 코스 안에서
제주 숲의 다양한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
한라산 오름군락이 정면에 펼쳐지는
장면에 감동해보기.
네이버 지도
TRAVEL
한라산 풍경과 함께 편백 족욕
여행 보기머체왓숲길을 한 바퀴 걷고 난 뒤,
한라산을 마주보며 발을 담그면
피로가 싹 풀리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