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t.around]새내기 농부의 ‘내농내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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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꼼농장 ⎯ 안진휘 로컬
음식에 진심인 청년농부이자 맛집 크리에이터

새내기 농부의 ‘내농내먹’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마음, 어디까지 가보았나요? 맛집을 찾아다니고, 기록하며 공유하고, 직접 요리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식재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해요.
안진휘 로컬은 그렇게 먹는 걸 좋아하는 마음에서 출발해, 이제는 친환경 당근을 키우는 농부로 지내고 있어요.


“퇴비나 약을 쓸 때마다, 이걸 내가 직접 먹어도 괜찮을지를 먼저 생각해요. 제가 못 먹을 정도의 약은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내농내먹’이라고 표현하는데요, 내가 농사짓고 내가 먹는다는 뜻이에요(웃음).”


안진휘 로컬은 구좌의 밭에서 조금씩 꿈을 일궈나가고 있어요. 이십 대 새내기 농부의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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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꼼, 농부가 되다

진휘 님은 스스로를 어떻게 소개하시나요?

‘청년 농부이자 맛집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안진휘’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이제 농부로서 확장되는 시기이기도 하고, 맛집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즐거워요. 자부심도 생기고, 요즘은 이 두 가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농장 이름이 귀여워요.
‘빼꼼농장’은 어떤 의미인가요?

원래 별명이 ‘백곰’이었어요. 농사 시작하고 햇볕에 타서 지금은 흑곰이 됐지만요(웃음).
그리고, 흙 위에서 얼굴을 빼꼼 내미는 새싹처럼 농업을 시작해보겠다는 의미도 담았어요.
캐릭터도 직접 만들었어요. 당근을 들고 있는 곰이에요. 제가 음식을 엄청 좋아해서 요리하는 이미지를 담고 싶었어요. 요리사 모자도 씌워놨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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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내려온 지 4년 정도 되셨다고요.

네. 먼저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도시와 농촌이 함께 있는 구조가 좋아서 제주를 선택했어요. 가족들과 함께 내려왔어요.
육지에서는 그냥 직장인이었고, 전공도 농사랑은 아무 상관이 없었어요. 지금 와서 보면 차라리 더 빨리 내려와서 농사를 시작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쪽은 학벌보다 실전 경험이 훨씬 중요한 분야더라고요.



농사는 어떻게 배우셨어요?

사회적농장인 ‘담을밭’에서 하는 귀농정착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시작했어요. 9개월 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씨앗 파종부터 모종 기르기, 정식, 수확, 판매까지 1년 사이클을 전부 경험했어요. 그 경험이 없었으면 농사를 시작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그 이후에 ‘청년 창업형 후계 농업인’ 제도에 선정됐어요. 첫 해에는 생활비 바우처도 나오고, 농지은행을 통해 국가 땅을 임대할 수 있는 우선권도 생겨요. 그게 저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다른 농업 관련 지원 사업에서도 우선권이 있고, 저리 대출도 가능해서 농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굉장히 도움이 되는 제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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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안진휘


당근과 친해지기

여러 작물 중에서 당근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생각보다 당근이 고소득 작물이거든요. 손은 많이 가지만, 제주에서 키우는 밭작물 중에서는 고소득 작물에 속해요.
그리고 또 제가 직접 경험해본 작물이 당근이기도 해서 선택하게 됐죠.



어떤 경험이었나요?

구좌에 ‘소농로드’라는 곳이 있어요. 당근 수확 체험이랑 카페를 같이 하는 곳인데요. 거기서 하는 수확 페스티벌에 참여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웠어요. 그때 처음으로 당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그렇게 많은 과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씨앗을 심고, 기르고, 다 자란 당근을 뽑고, 잎 부분을 자르고, 박스에 담고, 또 나르고, 포장하고, 유통까지. 이 많은과정을 거쳐서야 마트에서 보는 당근이 되는 거예요. 그 과정 안에 있다는 걸 몸으로 깨달은 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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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이 사람이 손으로 뽑아야 하는 거군요.

당근을 뽑을 때 손맛도 정말 좋아요. ‘뽁’ 하고 소리가 나거나, ‘쑥’ 하고 뽑히는 그 느낌을 잊지 못하고 시작하게 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빼꼼농장을 시작하고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어떠신가요?

2024년 12월 말쯤부터 제 밭을 갖고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은 당근만 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단호박이랑 콜라비, 감자도 해볼 생각이에요. 다른 분들의 밭에서 수확을 할 때, 가서 도와드릴 때도 많은데요. 그게 내 밭이 아니어도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뭔가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예요.
농부라는 게 결국 사람들이 먹는 걸 만드는 일이잖아요. 그게 제 몸의 일부가 된다고 생각하면 의미가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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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지으면서 식생활도 달라졌나요?

가능하면 양념을 덜 해서 먹으려고 하게 됐어요. 원물이 좋으면 굳이 양념을 세게 하지 않아도 맛이 좋거든요. 채소 특유의 단맛이 있는데, 그 맛을 느끼는 게 좋아요.



당근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간단한 요리법을 추천해주신다면요?

제가 가장 자주 해먹는 방법은 ‘허니 로스티드 당근’이예요. SNS에서 맨날 당근만 찾다 보니까 당근 레시피가 계속 뜨더라고요. 그래서 알게 됐어요.
당근에 올리브오일과 꿀, 허브를 취향껏 넣어 버무리고, 에어프라이어 180도에서 10분만 돌리면 끝이에요. 고기에 곁들이면 훌륭한 사이드 메뉴가 되고요. 간단하면서도 당근 특유의 향을 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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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https://instagram.com/bbaekkom_farm


밭에서 보내는 계절

당근 농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저는 유기농을 지향하고 있어서 밭을 보양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우선 ‘수단그라스’를 키워요. 수단그라스는 목초처럼 생긴 작물인데, 녹색 비료 작물이예요. 이걸 키워서 한 번 잡초를 잡고요. 그다음에는 유채를 심어요. 유채꽃을 키워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 다음, 그걸 갈아서 다시 땅에 썩혀요.
그다음에 퇴비를 뿌리고, 땅을 숙성시키고, 그 다음에 땅을 또 갈아엎은 뒤에 씨앗을 뿌려요.



씨를 뿌리기 전에도 많은 과정이 있네요.

네, 그러고나면 여름인 7~8월에 씨를 뿌려요.
여름이 가장 힘든 계절인데요, 새벽 5시 반에 작업을 시작해도 더워요. 10시만 돼도 지열이 올라오거든요.
그런 날에는 작업이 끝나고 나면 바로 평대 바다로 뛰어들어가요. 바닷물에 들어가서 한 번 헤엄치고 나오면 무릎도 덜 아프고, 몸이 좀 풀리는 느낌이에요. 나름의 낭만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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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안진휘


당근은 어떤 날씨에서 잘 자라나요?

태풍이 없어야 하고, 비가 적당히 오는 게 좋아요. 태풍이 오면 비바람 때문에 당근 잎이 상하기도 해요. 또 바다에서 불어오는 짠 바람에 당근 잎이 타기도 하고요.
겨울이 되어 적절한 시기에 추워지면 당근이 더 달아지죠. 눈이 오는 건 오히려 반갑긴 한데, 너무 더우면 아예 잘 자라지 않더라고요.
지난해 여름은 너무 더워서 세 번이나 재파종을 하신 분도 있어요. 싹이 잘 안 나와서 다시 심고, 또 다시 심고. 그때마다 씨앗 값이랑 트랙터 돌린 값이 다 비용으로 들어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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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나누는 일

‘푸디찌니’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크리에이터 활동도 하고 계시죠?

네, 맛집 콘텐츠를 많이 하고 있어요. 먹는 걸 좋아해서 리뷰도 자발적으로 남기고, “여기는 잘 됐으면 좋겠다” 싶은 곳은 더 열심히 올리기도 해요. 여러 이유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곳들을 보면 마음이 쓰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가게들이 오래오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콘텐츠를 올려요.



맛집 콘텐츠를 만들 때, 기준이 있나요?

거창한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제가 진짜로 좋아서 간 곳, 그리고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낀 곳이예요.



언제 가장 뿌듯함을 느끼나요?

아무래도 콘텐츠 조회수가 잘 나올 때 뿌듯하죠. 시간을 들여서 만든 콘텐츠잖아요. 조회수 자체가 바로 돈이 되지는 않지만, 많이 봐주시고 반응이 오면 “내 콘텐츠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럴 때 가장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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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https://instagram.com/foodie._.genie


진휘 님이 좋아하는 맛은 어떤 맛인가요?

저는 차를 좋아해서 자주 마셔요. 특히 보이생차를 좋아해요. 차를 마시면 처음엔 떫은 맛이 먼저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그 다음에 단맛이 올라오고, 코로 넘어갈 때 나는 향도 있죠.
차에서는 그걸 ‘회감이 좋다’라고 표현해요. 이렇게 처음엔 떫고, 나중에 입안에 단맛이 싹 도는 반전 매력을 좋아하게 됐어요.



농산물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신 적이 있나요?

네. 예를 들면 비트에서도 보통 흙 향이 나잖아요. 그런데 품종에 따라 흙 향이 거의 안 나는 비트가 있어요. 단맛이 더 강한 비트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 그런 농산물을 먹고 나면 제 기준이 또 한 번 바뀌는 것 같아요. 무슨 품종인지 여쭤봤는데 안 알려주시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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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을 일구는 중입니다

농사를 하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삶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결과를 더 많이 봤다면, 지금은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게 느껴져요.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정말 많은 과정이 있잖아요. 요리도 재료 손질부터 데코레이션까지 굉장히 많은 단계가 있고요.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하든 결국 받아들여야 되는 거고, 과정은 내가 하나하나 열심히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농사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걸 알게 됐어요.



농부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두가지 목표가 있는데요, 우선은 10년 안에 ‘평대 당근 최고 당근’으로 뽑히는 거예요. “이 집 당근이면 믿고 먹을 만해” 이런 말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대산농촌재단에서 하는 유럽 농업 연수를 가보고 싶어요. 그걸 가려면 농부로서의 실적이나, 농업에 기여한 부분이 있어야하죠. 그만큼 인정받고, “맛있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의 작물을 키우는 게 제 목표예요.



제주에서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팜투테이블’을 농부인 제가 직접 해보고 싶어요. 밭에서 수확한 작물을 요리해서 다 같이 나눠 먹는 자리요. 보통은 농부가 수확하고, 셰프님들이 요리를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요리도 좋아하고 할 수 있으니까, 음식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전부 제가 책임져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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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가격도, 수확량도 매번 달라서 농사는 늘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죠. 이런 점에서 불안함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안진휘 로컬은 이렇게 답해요.


“불안해해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으니까요. 할 수 있는 건 해보고, 어쩔 수 없는 건 그냥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완벽한 결과보다는 계속해보는 선택을 믿으며, 안진휘 로컬은 오늘도 밭으로 향해요.
빼꼼 고개를 내민 새싹들이 천천히 뿌리를 내리고 단단한 작물로 자라나길 바라며, 오늘의 할 일을 차근차근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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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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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짓는 시간


빼꼼농장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들른 곳.
깔끔한 점심을 먹기 좋은 식당으로,
올레길 20코스에 위치해
올레꾼들에게도 인기👍
안진휘 로컬의 추천메뉴는
두반장 가지덮밥!

📍 제주시 구좌읍 평대5길 25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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