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목장 ⎯ 정병철 로컬
70년의 시간, 닫혀 있던 목장 이야기
시간을 품은 목장에서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었던 목장이 70년 만에 문을 열었어요. 최근 제주 여행객들의 필수 여행 코스로 자리 잡고 있는 대한목장.
그곳의 목장주, 정병철 로컬을 만났습니다.
“1961년도 ‘대한농장’으로 시작해 지금의 ‘대한목장’까지, 나무가 쌓아 올린 시간은 무엇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어요.
사람들은 그런 점에 감동하는 것 같아요.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서요.”
대한목장은 주위가 계곡으로 둘러싸인 섬 속의 섬이예요. 다른 세계로 들어서는 듯한 신비로운 장소.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정병철 로컬은 아버지의 목장을 이어받아 오늘을 지켜내고 있어요. 오랫동안 닫혀 있었던 이유부터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까지 들어보았습니다.
민둥산에 심은 나무
로컬님의 어린 시절, 대한목장은 어떤 곳이었나요?
처음엔 목장이 아니고, 귤 농장이었어요. 1960년대부터 ‘대한농장’으로 시작했죠.
저는 부산에서 ‘국민학교’를 다녔는데, 여름방학, 겨울방학이 되면 늘 붙들려 와 여기에서 지냈어요.
이곳은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어요. 기름을 담은 호롱불이 수십 개 있었죠. 또 화장실도 없었어요. 제주 전통 화장실 들어보셨죠? 화장실에 들어가면 돼지가 오는 그런 곳이었어요(웃음).
어릴 때엔 무섭기도 했을 것 같아요.
그런 힘든 점도 있긴 했지만 저에겐 이곳이 큰 놀이터이기도 했어요. 다양한 동물도 키웠고, 제가 올 때마다 염소를 잡아 잔치를 열어주시기도 했죠. 재밌는 추억들이 많아요.
지금은 나무가 무성한데,
이곳이 옛날엔 민둥산이었다고요?
네, 제가 어릴 때는 여기서부터 한라산까지 나무 한 그루도 없었어요. 땅 경계를 표시하는 돌담만 있었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땅이었어요.
아버지가 나무 심는 걸 정말 좋아하셔서 다양하게 심으셨어요. 그런데 심어 놓고 가꾸지는 않아서 자연 그대로 자랐죠. 그래서 지금의 풍경은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의 느낌이 있어요.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지치기도 못 하게 하시고, 있는 그대로 자라게 두셨거든요.
지금의 풍경은 70년 전부터 시작된 거네요.
처음에는 바람으로부터 귤을 보호하려고 삼나무를 심기 시작했어요. 제주에선 방풍나무, 방풍림이라고 부르죠. 그 나무들이 바람을 막아줘서 귤이 잘 자라게 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제 시간이 흐르면서 삼나무가 너무 커져 버린 거예요. 나무들이 높게 자라 그늘이 지기 시작하니 귤이 잘 안 되었고요.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시겠어요?
보통은 삼나무를 자르겠죠?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죠. 그런데 아버지는 과감하게 귤나무를 자르시더라고요. 그땐 정말 이해가 안 됐거든요. 그 분께는 삼나무가 더 소중하게 보였던 거예요. 지금 보면 삼나무 숲끼리 어우러진 모습이 참 예뻐요.
70년 만에 열린 문
아버님께서는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으셨다고 들었어요.
아버지는 눈이 거의 안보이는 시각장애인이셨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귀한 걸 가져가는 일이 많았어요.
동백, 벚나무, 철쭉 같은 우리나라에 없던 종들을 일본에서 들여와서 심으면 밤사이 다 없어지는 일이 잦았어요. 또 밤나무, 비파나무 등 먹을 것도 많아서 뒷길로 몰래 올라오는 사람도 많았고요.
그래서 결국 문을 걸어 잠그신 거예요. 누가 기웃거리면 큰일이 났죠.
최근 개방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3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대한목장이 많은 사람들이 쉬고 갈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는 유지를 남기셨어요.
그러면서 예전에 걸어 잠갔던 문을 다 부숴버렸죠. 목장을 가로막던 큰 철문도 없앴고요. 이제는 들어와도 된다는 의미예요. 누구나 들어올 수 있어요.
목장주님이 이곳을 직접 손보며 꾸미셨다고요.
네, 나무를 어떻게 다듬어야 잘 자라는지 같은 기본적인 것은 자연스럽게 체득이 된 것 같아요. 학창 시절에 이곳에 오면 귤을 따고, 감도 따고, 키위도 따고, 밤도 따고… 그러면서 일들을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혔거든요.
조경을 하면서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시나요?
사람들이 와서 불편해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인위적인 것은 최대한 배제하면서, 편하게 있기 좋은 공간으로 가꿔나가고 있어요.
걷기 힘든 길에 우드칩을 깔아서 걷기 좋게 한다거나, 밤에 너무 어둡지 않게 대나무숲길에 조명을 설치하는 작업 같은 것들을 지금도 하고 있어요.
카페와 함께 목장을 오픈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오기 시작했는데, 그걸 보며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손님들이 주차장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의 표정을 종종 봐요. 대부분 “와…” 하며 감탄하는 표정이에요.
솔직히 저로서는 손님들이 사진만 찍고 가는 것도 괜찮아요. 사진을 많이 찍는 것도 이곳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때문이잖아요. 그렇게 SNS에 올리면 누군가 또 보게 될 거고요. 그렇게 알려지는 것만이라도 감사해요.
말과 함께 사는 일
지금 대한목장에서는 경주마를 키우고 있는데요,
귤 농장에서 경주마 목장으로 어떻게 전환됐나요?
귤 농장을 할 때에도 위쪽 부지에서는 소를 키웠어요. 그런데 소값 파동 등 여러 이유로 수지가 맞지 않아 힘들어졌고, 귤나무도 점점 베어 나가다보니 다른 길을 찾아야 했죠.
1995~96년쯤 정부가 소를 키우던 곳들에 경주마 사육을 장려했어요. 말을 지원해 주기까지 하니 아버지는 그 길을 택하셨고요. 그때부터 경주마를 키우기 시작했어요.
대한목장 경주마가 경주에서 1등도 했다고요.
사실 해마다 달라요. 작년에는 저희 말들이 정말 잘 뛰어서 대상을 타기도 했는데 올해는 정말 못 뛰어요(웃음). 매번 잘 뛰면 참 좋은데 꾸준히 잘 뛰게 하는 건 쉽지 않아요.
목장주님의 주 업무는 무엇인가요?
전반적으로 말을 관리하는 일이죠. 키우는 말이 총 120두 정도 있어서 혼자서는 할 수 없고요. 목장장을 중심으로 직원 3명이 함께하고, 저까지 포함해 다섯 명이 전체 목장을 관리해요. 늘 인력이 붙어 있어야 하는 일이예요.
말과 함께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단연코 출산하는 순간이에요. 말은 대체로 밤 늦은 새벽에 출산을 하는데, 긴박한 순간도 많이 있어요. 정상적인 자세로 나오지 않으면 사람이 손을 넣어 바로잡아야 해요. 그러면 말의 몸 속으로 제 팔이 끝까지 들어가는 거예요. 출산을 하면서 자궁이 수축 활동을 하기 때문에 10~20분 안에 끝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팔이 마비가 되어 버려요. 매번 아슬아슬한 싸움이에요.



정병철 목장주, 진호민 목장장, 김상진 마케터, 칸쵸
최근 마케터 상진님도 출산에 참여하셨다고요.
네, 얼마 전에 새벽 4시에 출산한 말이 있는데, 상진씨가 없었으면 죽었을 거예요.
상진씨가 출산하는 걸 촬영하고 싶다고 해서 그 날 새벽에 같이 대기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출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거예요. 저와 목장장 둘이서 할 수가 없고, 한 사람이 더 필요했어요. 그래서 상진씨에게 “사진 찍지 말고 고삐를 잡아 달라”고 했죠. 잘 잡아준 덕분에 무사히 말이 나왔어요.
말이 태어나면 탯줄이 끊어지면서 피가 튀거든요. 그 때 상진씨는 토하고 난리가 났었어요(웃음).
그렇게 탄생한 말들에게는 더 애착이 갈 것 같아요.
새끼가 너무 크면 출산 과정에서 어미가 죽는 경우도 있어요. 보통은 대리모를 붙여서 어미 역할을 하게 하는데, 그게 잘 안 되어서 저희가 직접 6개월 내내 분유를 먹여가며 키운 말도 있었죠. 분유병을 들면 졸졸 따라오더라고요. 제가 키운 아이 같았어요.
자라면서 덩치가 커졌는데도, 만나면 좋아서 뛰어오곤 했어요. 그렇게 잘 커서 이제는 훈련소로 들어가면서 잘 떠나갔어요. 그런 아이들은 오래 기억에 남아요. 말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말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거의 없는데,
정말 흥미진진하네요.
그런 이유로 목장 투어를 준비하고 있어요. 카페에서 위쪽으로 좀더 올라가면 말이 있는 초지가 있거든요. 그쪽은 굉장히 광활해요. ‘목장은 이런거구나’ 하는 것을 경험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안내해드리면서 말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과 조금 더 공유하면 좋겠어요. 대체로 경주마 목장은 거의 공개를 하지 않는 편이에요. 말이 아주 예민한 동물이라서요. 저희도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어요.
대한목장에 남은 발자국
제주 지역 또는 마을과는 어떻게 연결되고 있나요?
‘마을과 무엇을 함께할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솔직히 아직은 이렇다할 역할을 한 건 없는 것 같아, 그 점이 마음 아프기도 해요. 저희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이고요. 오히려 마을에서 저희를 많이 도와주셔서, 빚을 진 것 같죠.
대한목장이 오픈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갈텐데, 마을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다행히 대체로 좋아하세요. 직접 전화를 해서 “잘 돼서 보기 좋다, 얼마 전 다녀왔는데 참 좋더라.”라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목장이 위치한 신례리의 이장님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세요.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위험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관리해주셨어요. 시청과 연결해서 가드레일도 설치해 주고, 가로등도 설치하겠다고 하시고요. 우리가 해야 할 뭔가가 분명히 있을 텐데,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대한목장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어떤 것을 느끼기를 바라시나요?
요즘 세상은 각박하고, 모두 스트레스가 많잖아요. 이곳에서만큼은 쉬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할아버지·할머니·부모·손주가 함께 차에서 내리는 풍경을 자주 봐요. 할아버지·할머니는 대나무 숲길을 천천히 거닐고, 부모는 사진을 찍어 주고, 아이들은 말에게 당근을 주고요. 자연스럽게 자신이 편한 곳으로 가더라고요. 그렇게 누구나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올해 초 문을 열고 아직 사계절을 모두 겪어보지 못해, 지금도 ‘예행연습을 하는 기분’이라고 정병철 로컬은 말해요. 손 봐야 할 곳들을 계속해서 다듬고,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방문객들이 머무를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즐기고 밟는 게 땅의 가치를 살린다고 믿어요. 이 땅을 제 것이라고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이곳에서 쉬고, 즐기면서 땅에 발자국을 남기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대한목장은 이제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다시 살아나는 중이에요. 오랫동안 닫혀 있던 목장에 들어서면,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낯설고 특별한 세계가 눈앞에 펼쳐질 거예요.
PLACE

대한목장
제주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목장 & 카페.
중산간 깊은 곳에 위치하여
제주다운 풍경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삼나무 숲과 대나무, 넓은 초지가 어우러져
그 스케일은 직접 가봐야만 알 수 있는 곳!
📍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로620번길 19 대한목장(홀리랜드)네이버 지도TRAVEL

향기로 채우는 대한목장의 밤
밤이 되면 문 닫은 목장을
새로운 향기로 가득 채우는 시간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나만의 향기를 만들어보는
별빛 아래 조향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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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목장 ⎯ 정병철 로컬
70년의 시간, 닫혀 있던 목장 이야기
시간을 품은 목장에서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었던 목장이 70년 만에 문을 열었어요. 최근 제주 여행객들의 필수 여행 코스로 자리 잡고 있는 대한목장.
그곳의 목장주, 정병철 로컬을 만났습니다.
대한목장은 주위가 계곡으로 둘러싸인 섬 속의 섬이예요. 다른 세계로 들어서는 듯한 신비로운 장소.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정병철 로컬은 아버지의 목장을 이어받아 오늘을 지켜내고 있어요. 오랫동안 닫혀 있었던 이유부터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까지 들어보았습니다.
민둥산에 심은 나무
로컬님의 어린 시절, 대한목장은 어떤 곳이었나요?
처음엔 목장이 아니고, 귤 농장이었어요. 1960년대부터 ‘대한농장’으로 시작했죠.
저는 부산에서 ‘국민학교’를 다녔는데, 여름방학, 겨울방학이 되면 늘 붙들려 와 여기에서 지냈어요.
이곳은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어요. 기름을 담은 호롱불이 수십 개 있었죠. 또 화장실도 없었어요. 제주 전통 화장실 들어보셨죠? 화장실에 들어가면 돼지가 오는 그런 곳이었어요(웃음).
어릴 때엔 무섭기도 했을 것 같아요.
그런 힘든 점도 있긴 했지만 저에겐 이곳이 큰 놀이터이기도 했어요. 다양한 동물도 키웠고, 제가 올 때마다 염소를 잡아 잔치를 열어주시기도 했죠. 재밌는 추억들이 많아요.
지금은 나무가 무성한데,
이곳이 옛날엔 민둥산이었다고요?
네, 제가 어릴 때는 여기서부터 한라산까지 나무 한 그루도 없었어요. 땅 경계를 표시하는 돌담만 있었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땅이었어요.
아버지가 나무 심는 걸 정말 좋아하셔서 다양하게 심으셨어요. 그런데 심어 놓고 가꾸지는 않아서 자연 그대로 자랐죠. 그래서 지금의 풍경은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의 느낌이 있어요.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지치기도 못 하게 하시고, 있는 그대로 자라게 두셨거든요.
지금의 풍경은 70년 전부터 시작된 거네요.
처음에는 바람으로부터 귤을 보호하려고 삼나무를 심기 시작했어요. 제주에선 방풍나무, 방풍림이라고 부르죠. 그 나무들이 바람을 막아줘서 귤이 잘 자라게 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제 시간이 흐르면서 삼나무가 너무 커져 버린 거예요. 나무들이 높게 자라 그늘이 지기 시작하니 귤이 잘 안 되었고요.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시겠어요?
보통은 삼나무를 자르겠죠?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죠. 그런데 아버지는 과감하게 귤나무를 자르시더라고요. 그땐 정말 이해가 안 됐거든요. 그 분께는 삼나무가 더 소중하게 보였던 거예요. 지금 보면 삼나무 숲끼리 어우러진 모습이 참 예뻐요.
70년 만에 열린 문
아버님께서는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으셨다고 들었어요.
아버지는 눈이 거의 안보이는 시각장애인이셨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귀한 걸 가져가는 일이 많았어요.
동백, 벚나무, 철쭉 같은 우리나라에 없던 종들을 일본에서 들여와서 심으면 밤사이 다 없어지는 일이 잦았어요. 또 밤나무, 비파나무 등 먹을 것도 많아서 뒷길로 몰래 올라오는 사람도 많았고요.
그래서 결국 문을 걸어 잠그신 거예요. 누가 기웃거리면 큰일이 났죠.
최근 개방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3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대한목장이 많은 사람들이 쉬고 갈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는 유지를 남기셨어요.
그러면서 예전에 걸어 잠갔던 문을 다 부숴버렸죠. 목장을 가로막던 큰 철문도 없앴고요. 이제는 들어와도 된다는 의미예요. 누구나 들어올 수 있어요.
목장주님이 이곳을 직접 손보며 꾸미셨다고요.
네, 나무를 어떻게 다듬어야 잘 자라는지 같은 기본적인 것은 자연스럽게 체득이 된 것 같아요. 학창 시절에 이곳에 오면 귤을 따고, 감도 따고, 키위도 따고, 밤도 따고… 그러면서 일들을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혔거든요.
조경을 하면서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시나요?
사람들이 와서 불편해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인위적인 것은 최대한 배제하면서, 편하게 있기 좋은 공간으로 가꿔나가고 있어요.
걷기 힘든 길에 우드칩을 깔아서 걷기 좋게 한다거나, 밤에 너무 어둡지 않게 대나무숲길에 조명을 설치하는 작업 같은 것들을 지금도 하고 있어요.
카페와 함께 목장을 오픈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오기 시작했는데, 그걸 보며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손님들이 주차장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의 표정을 종종 봐요. 대부분 “와…” 하며 감탄하는 표정이에요.
솔직히 저로서는 손님들이 사진만 찍고 가는 것도 괜찮아요. 사진을 많이 찍는 것도 이곳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때문이잖아요. 그렇게 SNS에 올리면 누군가 또 보게 될 거고요. 그렇게 알려지는 것만이라도 감사해요.
말과 함께 사는 일
지금 대한목장에서는 경주마를 키우고 있는데요,
귤 농장에서 경주마 목장으로 어떻게 전환됐나요?
귤 농장을 할 때에도 위쪽 부지에서는 소를 키웠어요. 그런데 소값 파동 등 여러 이유로 수지가 맞지 않아 힘들어졌고, 귤나무도 점점 베어 나가다보니 다른 길을 찾아야 했죠.
1995~96년쯤 정부가 소를 키우던 곳들에 경주마 사육을 장려했어요. 말을 지원해 주기까지 하니 아버지는 그 길을 택하셨고요. 그때부터 경주마를 키우기 시작했어요.
대한목장 경주마가 경주에서 1등도 했다고요.
사실 해마다 달라요. 작년에는 저희 말들이 정말 잘 뛰어서 대상을 타기도 했는데 올해는 정말 못 뛰어요(웃음). 매번 잘 뛰면 참 좋은데 꾸준히 잘 뛰게 하는 건 쉽지 않아요.
목장주님의 주 업무는 무엇인가요?
전반적으로 말을 관리하는 일이죠. 키우는 말이 총 120두 정도 있어서 혼자서는 할 수 없고요. 목장장을 중심으로 직원 3명이 함께하고, 저까지 포함해 다섯 명이 전체 목장을 관리해요. 늘 인력이 붙어 있어야 하는 일이예요.
말과 함께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단연코 출산하는 순간이에요. 말은 대체로 밤 늦은 새벽에 출산을 하는데, 긴박한 순간도 많이 있어요. 정상적인 자세로 나오지 않으면 사람이 손을 넣어 바로잡아야 해요. 그러면 말의 몸 속으로 제 팔이 끝까지 들어가는 거예요. 출산을 하면서 자궁이 수축 활동을 하기 때문에 10~20분 안에 끝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팔이 마비가 되어 버려요. 매번 아슬아슬한 싸움이에요.
정병철 목장주, 진호민 목장장, 김상진 마케터, 칸쵸
최근 마케터 상진님도 출산에 참여하셨다고요.
네, 얼마 전에 새벽 4시에 출산한 말이 있는데, 상진씨가 없었으면 죽었을 거예요.
상진씨가 출산하는 걸 촬영하고 싶다고 해서 그 날 새벽에 같이 대기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출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거예요. 저와 목장장 둘이서 할 수가 없고, 한 사람이 더 필요했어요. 그래서 상진씨에게 “사진 찍지 말고 고삐를 잡아 달라”고 했죠. 잘 잡아준 덕분에 무사히 말이 나왔어요.
말이 태어나면 탯줄이 끊어지면서 피가 튀거든요. 그 때 상진씨는 토하고 난리가 났었어요(웃음).
그렇게 탄생한 말들에게는 더 애착이 갈 것 같아요.
새끼가 너무 크면 출산 과정에서 어미가 죽는 경우도 있어요. 보통은 대리모를 붙여서 어미 역할을 하게 하는데, 그게 잘 안 되어서 저희가 직접 6개월 내내 분유를 먹여가며 키운 말도 있었죠. 분유병을 들면 졸졸 따라오더라고요. 제가 키운 아이 같았어요.
자라면서 덩치가 커졌는데도, 만나면 좋아서 뛰어오곤 했어요. 그렇게 잘 커서 이제는 훈련소로 들어가면서 잘 떠나갔어요. 그런 아이들은 오래 기억에 남아요. 말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말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거의 없는데,
정말 흥미진진하네요.
그런 이유로 목장 투어를 준비하고 있어요. 카페에서 위쪽으로 좀더 올라가면 말이 있는 초지가 있거든요. 그쪽은 굉장히 광활해요. ‘목장은 이런거구나’ 하는 것을 경험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안내해드리면서 말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과 조금 더 공유하면 좋겠어요. 대체로 경주마 목장은 거의 공개를 하지 않는 편이에요. 말이 아주 예민한 동물이라서요. 저희도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어요.
대한목장에 남은 발자국
제주 지역 또는 마을과는 어떻게 연결되고 있나요?
‘마을과 무엇을 함께할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솔직히 아직은 이렇다할 역할을 한 건 없는 것 같아, 그 점이 마음 아프기도 해요. 저희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이고요. 오히려 마을에서 저희를 많이 도와주셔서, 빚을 진 것 같죠.
대한목장이 오픈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갈텐데, 마을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다행히 대체로 좋아하세요. 직접 전화를 해서 “잘 돼서 보기 좋다, 얼마 전 다녀왔는데 참 좋더라.”라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목장이 위치한 신례리의 이장님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세요.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위험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관리해주셨어요. 시청과 연결해서 가드레일도 설치해 주고, 가로등도 설치하겠다고 하시고요. 우리가 해야 할 뭔가가 분명히 있을 텐데,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대한목장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어떤 것을 느끼기를 바라시나요?
요즘 세상은 각박하고, 모두 스트레스가 많잖아요. 이곳에서만큼은 쉬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할아버지·할머니·부모·손주가 함께 차에서 내리는 풍경을 자주 봐요. 할아버지·할머니는 대나무 숲길을 천천히 거닐고, 부모는 사진을 찍어 주고, 아이들은 말에게 당근을 주고요. 자연스럽게 자신이 편한 곳으로 가더라고요. 그렇게 누구나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올해 초 문을 열고 아직 사계절을 모두 겪어보지 못해, 지금도 ‘예행연습을 하는 기분’이라고 정병철 로컬은 말해요. 손 봐야 할 곳들을 계속해서 다듬고,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방문객들이 머무를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대한목장은 이제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다시 살아나는 중이에요. 오랫동안 닫혀 있던 목장에 들어서면,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낯설고 특별한 세계가 눈앞에 펼쳐질 거예요.
PLACE
대한목장
📍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로620번길 19 대한목장(홀리랜드)네이버 지도제주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목장 & 카페.
중산간 깊은 곳에 위치하여
제주다운 풍경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삼나무 숲과 대나무, 넓은 초지가 어우러져
그 스케일은 직접 가봐야만 알 수 있는 곳!
TRAVEL
향기로 채우는 대한목장의 밤
조향 체험 보러가기밤이 되면 문 닫은 목장을
새로운 향기로 가득 채우는 시간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나만의 향기를 만들어보는
별빛 아래 조향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