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t.around]세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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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마을 ⎯ 고성윤 로컬
세화 토박이 청년회장의 여름 이야기

세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제주의 푸른 바다를 품은 세화 마을. 이곳에서만 40년을 살아온 고성윤 청년회장을 만났습니다. 마을 골목골목에 스며든 추억과, 이제는 사라진 풍경까지.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인 이곳에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선명하게 다가왔어요.


“다른 동네들과는 다르게, 세화만의 스타일, 세화만의 매력을 느끼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여름이면 해수욕장을 찾아오는 여행객을 맞이하느라 일상이 바빠지지만, 더 바빠도 좋으니 많은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고성윤 로컬.
그가 사랑하는 마을, 세화에서 여행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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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 토박이 청년회장

세화에서만 40년 넘게 지내셨다고 들었어요.

네, 여기서만 40년이에요. 전 이장님이 항상 그러세요. ‘공부 잘하고 똑똑한 애들은 다 육지로 가서 돈 벌며 살고, 이 동네에서 제일 말 안 듣던 못난이들이 지금은 이 마을에서 제일 열심히 잘 살고 있다’고요(웃음).



본업으로는 어떤 일을 하세요?

지금은 세화 하나로마트의 수산 코너를 맡아서 운영하고 있어요. 초밥이나 회 같은 수산물을 팔고 있어요.



본업도 있고, 청년회장까지 하시려면,
시간이 모자라지 않으세요?

제가 활동적인 걸 좋아해서, 두 가지 외에도 활동하는 게 워낙 많아요. 골프 동호회도 하고, 축구 동호회도 두 개 있고, 농구도 하고요.
지금은 의용소방대 활동도 하고 있어요. 소방관 인력이 부족할 때, 저희가 가서 도와주는 거예요. 뒤에서 호스 끌어다 주고, 마을 안에서 화재 관련된 문제 있으면 가서 해결하기도 해요.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시네요.
마을에 대한 애정이 정말 큰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여기서 태어나고 자라다 보니까 애정이 많죠. 그래서 청년회장도 맡게 된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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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회는 어떤 일을 하나요?

마을을 보좌하는 게 부녀회도 있고, 노인회도 있고, 청년회도 있어요. 그 중에서도 청년회는 거의 봉사 단체라고도 할 수 있죠. 마을에서 행사나 이벤트가 있으면 청년회의 도움 없이는 힘들어요.
저는 작년부터 청년회장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그 전엔 잘 몰랐는데, 회장이 되어보니까 청년회가 왜 필요한지 알겠더라고요.
이 마을의 행사는 대부분 청년회가 주관하고 도와서 해요. 몸으로 하는 일들은 다 청년회에서 하죠. 청년회가 없으면 마을이 안 돌아가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화 청년회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인원이 많다고요.

네, 총 55명인데요, 어느 마을에는 청년회가 8명 정도밖에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보통 다른 마을에 비해 많은 편이에요.
그 중에서도 실질적으로 활동하시는 분은 한 30명 정도 됩니다. 마을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들 나와 활동해주고 있어요.



대부분 이 동네 출신이신가요?

아니에요. 외지인이 청년회에 가입하기 어려운 마을도 많은데, 저희는 그런 게 없고 외지 분들도 쿨하게 받아줘요. 예전부터 윗세대 형님들이 그런 걸 터치 안 하셨어요. 어쨌거나 저희 마을에 오고 싶어서 오신 분들이니까요. 오히려 외지에서 오신 분들이 더 열심히 활동하기도 해서 고마울 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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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남은 기억, 이어지는 시간

이곳에서 자라면서 어린 시절은 어떠셨나요?

여름이면 종일 바다에서 놀았죠. 지금 배 있는 저기 보이시죠? 거기서 다이빙 정말 많이 했어요. 저희 어릴 땐 아버지가 바닷물에 빠뜨렸어요. 그래서 이 동네 바닷가 살면서 수영 못 하는 애들은 거의 없어요.



바다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는군요.

당시엔 핸드폰도 없고, 진짜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놀 수 있는 게 바다밖에 없었죠.
어릴 때는 바다 속에 잠수해 들어가서 바닥의 모래를 누가 더 많이 퍼 오나 그런 내기를 하면서 놀았어요. 물 속에서 모래를 뜨면, 올라오다가 물에 씻겨가잖아요. 제일 많이 퍼 오는 사람이 이기는 거예요. 별 게 다 놀이가 되는 거죠.



아이들이 있다고 하셨는데,
지금 그 아이들도 바다를 놀이터삼아 지내나요?

네, 지금 9살, 3살, 두 마리 짐승이 있어요(웃음). 아직 어려서 수영은 못하고요. 이번에 자기들끼리 조개 잡으러 다녀왔더라고요. 여기 바다에 조개도 많이 있거든요. 지금 온몸이 시커매져있어요. 바다는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노는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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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세화의 공간이 있다면요?

저는 바다, 그리고 어릴 때 놀던 ‘폭낭’을 좋아해요. 어릴 땐 그 폭낭이 엄청 커 보였거든요. 그런데 지금 가보니까 그 폭낭이 동네에서 제일 작은 폭낭이더라고요.
폭낭 옆에 밭이 하나 있어요. 거기서 친구들하고 당근이나 무를 파 먹으면서 놀았죠. 그 땐 그렇게 밭에서 파 먹어도 어른들이 뭐라고 안 했어요.
그리고 ‘망개’라고 하는 놀이를 그 폭낭에서 많이 했죠.
*폭낭: ‘팽나무’의 제주어. 마을 사람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망개’가 무슨 놀이예요?

두 팀으로 나눠서 각자 기지를 만들고 상대편 진영을 정복하는 놀이예요. 어릴 때 많이 했어요.
그때 같이 놀던 애들이 지금까지 친구예요. 제일 오래된 친구가 40년 친구고요. 그 친구들 중에 지금까지 이 동네에 사는 남자는 저밖에 없네요. 여자 친구들은 한 5명 정도 있지만요.



아직도 근황을 다 아시는군요.

이 동네가 좋은 게, 초·중·고를 다 같이 나오거든요. 고등학교만 조금 갈리는데, 공부 잘하는 애들은 다른 데 가고, 저처럼 잘해도 안 가는 애들은 그냥 남고요(웃음). 그래서 초등학교 동창이 중학교 동창이고,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서로 사이가 안 좋을 수가 없죠. 끈끈한 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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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에 비해 지금 마을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옛날엔 세화가 자급자족이 가능한 동네였어요. 옛날엔 저기 방파제 쪽에 위판장이 있었어요. 수산물 경매하는 곳이요. 그래서 뱃사람들이 정말 많이 왔어요. 성산보다 위판 물량이 많았을 정도예요.



지금의 조용한 분위기와는 달랐겠군요.

배가 많이 들어오고, 뱃사람들도 많이 오니까,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을 정도였어요. 마을 안에서 돈이 계속 도는 거예요. 그 때가 번창기였는데, 위판장이 없어지고 나서는 지금처럼 조용해졌어요. 왜 없어졌는지는 저도 어릴 때여서 잘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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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 해수욕장의 여름나기

여름에 해수욕장을 개장하고나면
청년회장님의 일상도 바빠질 것 같아요.

네, 아무래도 평소보다 훨씬 바빠지죠. 본업도 해야 하고, 해수욕장 ‘천막’도 운영해야 하니까요. 저희는 편하게 ‘천막’이라고 부르는데요, 물놀이 용품을 대여하거나 매점에서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곳이에요. 몇 안되는 청년회 수익 중 가장 수익이 좋은 일이죠.



천막에서는 어떤 것들을 판매하나요?

파라솔이 제일 많이 나가요. 성수기 땐 하루에 100개도 넘게 나가요. 그 외에 구명조끼, 튜브 같은 것도 많이 나가고요.
먹을거리는 라면부터 해산물, 치킨까지 다양하게 있어요. 제가 직접 요리도 하고요. 회 뜨는 건 자신있습니다. 또 저희가 치킨 맛집이기도 해요. 저녁에 치맥하러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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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성수기, 청년회장님의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일단 제 본업을 하러, 아침 7시 반 쯤 하나로마트로 출근을 해요. 직원들 교육과 오전 일을 하고요. 그리고 12시쯤, 해수욕장 천막으로 출근해요. 천막에 가면 거기서 밤 11시, 12시까지 일하죠. 손님이 많으면 새벽 1시까지도 일해요. 여름엔 진짜 숨 돌릴 틈이 없어요. 평일, 주말 구분도 없이 나옵니다.



잠 잘 시간이 정말 부족하시겠어요.

저는 원래 잠이 많지 않은 편이라, 하루 3시간만 자도 괜찮긴 해요. 또 바쁜 시즌은 7, 8월 두 달이기도 하고, 진짜 바쁜 건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한 달 정도예요. 그 이후엔 조금 소소하게 넘어가요.
아침에 아내가 영양제를 12알씩 주더라고요. 일 열심히 하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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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많아지면 불편한 점이 있진 않나요?

성수기라고 해도 그렇게 불편할 정도로 관광객이 많지는 않아요. 사실은 그런 불편함도 느껴보고 싶어요. 사람이 많아져야 동네에 장사하시는 분들도 잘 될 거고요. 일단 사람들이 많이 온 다음에야, 불편하다는 고충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야 문제도 보일 거고, 해결도 할 수 있잖아요.



세화 해변만의 특별한 점을 자랑해주신다면요?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그래서 상대적으로 조용한 바다를 좋아하는 분들이 오시는 편이에요. 가운데 쯤에 저희가 ‘시크릿 해변’이라고 하는 곳이 있는데요, 물이 차있을 때는 안보이지만, 물이 '싸면' 정말 멋있는 해변이 나와요. 아는 사람들은 그 타이밍을 맞춰서 오죠. 물이 찼을 때보다 빠졌을 때 더 놀기가 좋아요.
*물이 싸다: 썰물로 물이 빠진다는 제주어 표현. 썰물은 '싸는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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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하는 마을, 세화

마을 주민으로서 생각하는
‘좋은 여행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딱 하나 있는 것 같은데요, 여기 사는 사람으로써 쓰레기는 안 버리고 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밤에 오토바이 타고 방범 차원에서 한바퀴씩 도는데요, 쓰레기 좀 잘 버려달라고 이야기해요.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다음 날 보면 쓰레기가 또 있어요. 쓰레기통까지 한 50미터도 안 돼요. 걸어서 서른 발자국 정도인데도 그냥 바닥에 두고 가는 거, 그게 제일 안타까운 거예요.



세화를 찾는 여행자들이
어떤 걸 경험하고 갔으면 하나요?

세화 사람들은 좀 개방적이에요. 어르신들도 그렇고, 보수적이지 않아요. 다른 동네는 배타적인 곳들도 꽤 있거든요. 근데 세화는 그런 게 없어요.
해녀분들이나 어르신들이랑 같이 하는 프로그램도 많은데, 어르신들도 기쁜 마음으로 같이 참여하시고요. 별로 거부하지 않으세요. 또 마을PD와 산책하는 프로그램도 있고요.
그런 세화의 열린 문화를 여행자들이 즐겨 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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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마을의 계절을 함께 살아온 고성윤 로컬은 지금, 그 마을을 지키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바닷가를 정리하고, 마을 축제를 준비하며, 마을을 찾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지금 세화 야시장을 준비하고 있어요. 8월 15일과 16일에 세화오일장 앞 거리에서 열려요. 요즘 이걸 준비하느라 다들 분주해요. 가요제도 하고 먹을거리도 많이 준비하고 있으니,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여름, 마을을 지키는 한 사람의 시선을 따라 세화 바다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바다 너머로 이어지는 삶의 이야기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애정을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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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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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민속오일시장

고성윤 로컬이 핫도그를 자주 사먹으러 가는 곳.
편하게 입을 옷이나
일할 때 쓰는 회칼도 오일장에서 구매한다.
제주 동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오일장으로,
매월 5일과 10일에 열린다.

📍 제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1500-44네이버 지도

TRAVEL


마을에서 준비하고 있는
여름밤의 이벤트, 세화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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