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t.around]마을에서 찾은 삶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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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마을 ⎯ 최혜연 로컬
동백과 함께 지속 가능한 마을을 만들어갑니다

마을에서 찾은 삶의 균형




서귀포의 작은 마을, 동백마을에서 최혜연 로컬을 만났습니다. 좋아하는 카페에서 사 온 원두로 정성스레 커피 한 잔을 내어주었어요.


“커피를 볶을 때 생두를 균일한 크기로 골라야 로스팅이 고르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동백 씨앗을 볶을 때도 그런 원리를 적용해봤어요.”


그는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도 배움을 발견하고, 마을과 함께 쌓아온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동백을 연구하고, 건강한 음식을 고민하며, 지속 가능한 여행을 꿈꾸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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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불러주는 곳

제주에서의 삶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2006년도에 제주로 왔어요. 저는 결혼을 일찍하고, 대전에서 시부모님과 같이 오래 살았어요. 시집살이도 힘들고 삶에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남편 회사 일로 외국으로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게 잘 안 됐고요. 그러다가 남편이 회사 워크숍으로 표선에 오게 됐어요. 겨울이었는데 눈이 펑펑 내리면서 바닷가에 야자수도 있는 게 이국적이라 반했죠. 외국은 못 가니까 그럼 제주도라도 오자 했어요. 저희 부모님도 먼저 제주에 이주해 와 계셨고요. 그게 여기, 바로 이 집이에요.


제주 시골 마을에서의 첫 생활은 어떠셨어요?
적응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초반에는 귤농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농사가 혼자할 순 없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마을 분들과 함께하게 됐고요. 저를 신기해하고 잘 챙겨주셨죠.
할머니들이 거칠 것 같은데 되게 유머러스하세요. 제가 결혼을 일찍하고 26살에 큰아들을 낳았거든요. 그랬더니 “극조생인게” 하시는 거예요. 일찍 나왔다는 거죠. ‘극조생’이 제주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귤이거든요. 거의 20년 가까이 됐는데도 그 말이 잊혀지지가 않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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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셨군요.

할머니들 나이가 팔십이 넘으셨는데도 쉬지 않고 일을 하세요. 그리고 제가 제주에 와서 반한 건 여성들이 독립적이라는 거예요. 육지에서 살 때 가부장적인 분위기에 힘들었거든요.
마을에 와서 부녀회에 가입했는데, 가자마자 몇 살이냐고 물어봐요. 그러면 바로 언니, 동생이 되는 거예요. ‘누구 엄마’가 아니고요. 나이가 아무리 많은 할머니라도 이름으로 ‘복희야’, ‘혜연아’, 이렇게 부르는 거예요. 그게 당연한 건데도 신선하더라고요.


제주에서는 여성이 더 주도적인 느낌이 드네요.

‘제주도 남자는 한량이고 여자만 일을 한다’는 말도 있는데 실은 아니에요. 남자도 열심히 하고, 여자를 최대한 존중해 주는 거예요.
제주의 집은 ‘안거리’와 ‘밖거리’가 있는데요, 부모님들이 안거리에 사시다가 아들이 결혼을 하면 안거리를 내어주세요. 그리고 그분들은 밖거리로 가는 거죠. 식사도 각자 따로 하고요. 한 울타리 안에 안거리와 밖거리가 있어도, 각자 일을 하시고 지내는 거예요. 이런 제주도 문화가 신세계로 느껴졌어요.


지금은 ‘동백고장보전연구회’의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계시죠?

네, 30명 정도 인원이 연구회 멤버로 있어요. 10년 넘도록 같이 밥도 많이 먹고, 힘든 일, 좋은 일 다 같이 겪어왔죠. 오히려 집에 있는 것보다 연구회 분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요(웃음).
원래 마을 이름은 동백 마을이 아니고 신흥2리에요. 2007년도에 우리는 ‘동백마을’이라고 선포식을 하고, 마을에서 이걸 전담하는 조직을 구성했어요. 그렇게 ‘동백고장보전연구회’가 꾸려졌고, 마을과 관련된 사업을 해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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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품은 동백, 건강한 한 방울

마을 이름이 ‘동백 마을’인 게 인상적이에요.
원래부터 동백이 많았던 곳인가요?

우리 마을에 제일 처음 사람이 와서 집을 지은 터가 바로 옆에 있는 ‘동백나무군락지’예요. 집 주변에 방풍목이나 정원수로 동백나무를 많이 심었대요. 거기 있는 나무들은 수령이 300년이 넘었어요. 제주도 지방 기념물로 지정이 돼 있는 곳이죠. 그래서 보존이 잘 되어 있어요.
옛날부터 동백나무가 많으니까, 떨어진 씨앗을 주워 기름을 짜서 기침할 때 약으로 드셔왔대요.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기도 했고요.


마을 사람들에게 익숙한 자원이었군요.

그렇죠. 예전부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해 왔어요. 떨어진 동백 씨앗을 줍고 모아서 기름을 짜는데, 씨앗을 어떻게 로스팅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져요. 커피 원두처럼요. 진하게 볶으면 참기름 같은 고소한 맛이 나고, 연하게 볶으면 요리에 두루 활용할 수 있어요.
어느 날 기름을 짰는데 색깔이 평소보다 연하더라고요. 고소함은 덜한데, 그 나름대로 담백한 맛이 있어서 ‘요리용 동백 기름’을 따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우연한 기회로 탄생한 거죠. 씨앗을 볶지 않고 생으로 압착한 기름은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 용도로 사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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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기름이 다양하게 활용된다는 게 흥미로워요.

맞아요. 그런데 동백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처음 동백 기름을 만들었을 때, 단순히 병에 담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동백의 가치를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동백 기름을 활용한 요리를 만들고, 그 과정을 마을 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거죠. 다양한 레시피를 연구하고 개발하면서 사람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가장 쉽게 시도해볼 만한 활용법이 있다면요?

제일 쉽게 먹을 수 있는 건 비빔밥에 참기름 대신 동백 기름을 넣는 거예요. 처음 동백 기름을 만들고,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밥에 넣어 먹었는데, 그게 가장 맛있었어요. 참기름이나 들기름보다 깊고 부드러운 고소함이 있어 정말 잘 어울려요.
그리고 회를 먹을 때, 동백 기름 소금장에 찍어보세요. 날김 위에 동백 기름으로 양념한 밥 한 숟가락, 묵은지 한 조각, 소금장을 찍은 회 한 점, 그리고 와사비를 살짝 얹어서 먹으면 정말 별미예요. 마을 분들도 밖에서 회를 먹을 때마다 “동백 기름장이 없어서 아쉽다”는 말을 많이 하세요. 제가 생각하는 도민 맛집은 동백 방앗간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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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요.
이더라운드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고사리 파스타’도 그런 고민에서 탄생했나요? 

동백 기름에는 오메가9 성분이 많아서 ‘동양의 올리브유’라는 별명이 있어요. 올리브유처럼 요리에 활용하면 어떨까 싶어서 샐러드, 베이킹, 감바스 등 다양한 요리를 시도해봤어요.
그러다가 알리오올리오 파스타에 제주 식재료인 고사리를 넣어봤는데, 고소한 동백 기름과 잘 어우러지더라고요. 예상보다 훨씬 부드럽고 깊은 맛이 나서, 이걸 활용한 소규모 요리 체험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부터 바로 프로그램을 시작한 건 아니고, 기획하고 다듬고 오픈하기까지 1년 반 정도 걸렸어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가 있을까요?

단순히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이곳에서의 경험이 오래 기억에 남았으면 했어요. 저희 마을은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곳이 아니라서, 잠깐 들렀다가 가는 여행보다는 마을에 머물며 천천히 경험하는 시간이 더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함께 요리를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여행자와 마을 주민이 서로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요.
그냥 한 번 다녀가는 체험이 아니라, “이곳에 다시 오고 싶다”라는 마음이 드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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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마을에서 고사리 파스타 만들기

‘자기만의 숲’을 찾는 여행

여행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장소가 있나요?

우리 마을은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에요. 길을 따라 돌담과 귤밭이 이어지고, 계절마다 풍경이 달라지죠. 특히 10월쯤 오면 귤이 주렁주렁 열린 풍경이 참 예뻐요. 제주 여행의 진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또 ‘동백나무군락지’도 조용히 산책하기 좋은 곳이에요. 데크길이 있어서 가볍게 걸을 수도 있고, 저는 가끔 빗자루를 들고 가서 나뭇잎을 쓸며 마음을 정리하기도 해요. 거기에선 온갖 새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그렇게 조용히 머물다 보면, 바람 소리와 새소리에 자연스레 마음이 편안해져요.


숲에서 조용히 머무는 시간이 특별할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군락지에 오면 화려하게 깔린 동백꽃을 기대하세요. 하지만 사실 이곳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조금 달라요. 커다란 동백나무 끝에 꽃이 하나 달려 있는 모습, 그 자체가 이 숲의 진짜 얼굴이에요. 400년 동안 변함없이 꽃을 피워온 시간을 생각해보면 묘하게 경건한 기분이 들어요. 이곳에서 온전히 ‘자기만의 숲’을 찾아보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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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숲’이라는 표현이 참 와닿아요.

힘들거나 마음이 무거울 때, 마을과 이곳의 사람들 덕분에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연구회 사람들도 늘 이렇게 말해줘요. “어떵 안허여, 조들지 마라. 다 된다게.” 그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됐어요.
건강한 음식, 좋은 재료,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진심, 이런 것들이 결국 ‘진짜 웰니스’가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요즘은 ‘아유르베다 음식학’을 배우러 서울을 정기적으로 다니고 있어요. 쉽게 말하면, 사람마다 체질에 맞는 음식 조합이 있고, 단순히 먹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 습관, 수면 습관까지 연결해서 나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저는 이 개념을 동백 기름과 접목해서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문화, 더 나아가 생활 방식까지 소개하고 싶어요. 제가 마을에서 받은 위로를 여행자들도 느낄 수 있도록, 이 경험을 여행 프로그램으로 풀어가려고 해요.
여기 머무는 동안, 누구나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몸에 좋고, 맛있고, 보기에도 예쁜 음식으로 따뜻하게 맞이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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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만들어지고 쉽게 사라지는 것들이 많은 요즘, 최혜연 로컬과 동백마을 사람들은 빠르게 소비되는 여행이 아닌, 오래 머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300년 전에 선조들이 물려준 동백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잘 지내고 있잖아요. 그러니 300년 뒤 후손들에게도 이 가치를 그대로 물려줘야죠.”


지금 동백마을에서는 은퇴자를 위한 숙소도 준비중이에요. 단순한 휴식을 넘어, 마을과 어울리며 자연 속에서 건강한 일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곳이죠. 아침에는 동백 오일로 몸을 깨우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따뜻한 식사를 나누며, 나만의 속도로 하루를 쌓아갈 수 있는 곳.
내 이름을 불러주는 동백마을에서 쉼표를 찍는 여행,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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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정원집

정원집
인터뷰 진행 장소이자, 최혜연 로컬의 부모님이
정착했던 집. 현재는 독채 숙소로 운영된다.

조용한 마을 가운데 너른 정원을 즐길 수 있고,
통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에
몸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신로531번길 15네이버 예약사진출처: VISITJEJU
호화

호화
인터뷰를 마치고 최혜연 로컬이 데려간 곳.
범상치 않은 포스의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식당으로,
바삭촉촉한 돈가스와 자가제면 우동이 대표 메뉴.

운영 시간이 짧고 휴무일 변동이
있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

📍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신로531번길 23네이버 예약

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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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연 로컬과 이더라운드가
오랜 기간 준비한 쿠킹클래스 체험.

우연히 발견한 ‘요리용 동백기름’을 활용해
간단하고 맛있는 메뉴를 만들어보면서
동백 마을을 경험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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